전날밤에 천안까지 가게 되었다.
서산엘 들러서 무슨 일이 있어도 뵙고 오겠다고 다짐을 하고,
볼일을 제쳐두고 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전날이 아니라 새벽에 도착해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게
날씨가 꾸무럭한 바람에 그만 잠을 설치다가 새벽에 늦잠을 잤다.
천안에서 서산까지 아니 해미까지만 가면 될것을 늦잠을 자다보니
마음이 급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이리저리 정리하고 출발하니 그래도 오후시간에야 도착하게 된다.
해미의 들녘은 둘러보지도 못하고 여행이라고 나선 걸음이
이리 바쁘게 설치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멀리 간 길에는 어찌하지 못하고 조급한 마음인지라 그러한지
늘 설치게 되고 어딘가 모르게 모자라게 되고
돌아와 돌려보면 늘 부족한 마음 덩어리같다.
사연은 그러하고,
그렇게 무작정 달려간 곳이 이곳이다.
설레는 마음 부여안고 당신은 애인을 만나러 떠나 보셨는가?
애인에게 달려가는 그 마음 그 순간이 어떠했는가?
설레였던가? 떨렸던가? 긴장 됐었던가? 두근 거렸던가?
설레이고, 떨리고, 두근거리고 긴장하여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온통 눈 앞에
그의 생각으로 꽉 차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런 마음...!!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내 달리는 순간처럼 조금이라도 빨리 뵙고 오래 머물고 싶어서
자동차의 액세레다를 꾹~~~~~밟는 그 마음 그런 마음..!!
난 그런 마음을 부여잡고 갔었다.
꼬불꼬불 들길 산길 넘어 빙판길이라도 좋고
물설고 낯설은 그 곳에 그저 어제 온것처럼 ....
차가 멈추는 순간부터 찾아 나서는 그 길이 무어라 말할수가 없다.
발을 헛디뎌도 모를만큼 아찔한 마음 느껴보았는지....?
눈이 내리고 몇일이 지났는지 잔설이 남아 있다.
높이 오르지 않아도 뵈올수 있게
흐르는 물 쉬이 건너오라고 다리도 놓아 두었다.
그래서 편안하게 올라서서 그를 뵈오러 가는 길이다.
내 아무리 급히 움직여도 아무리 설쳐대도 그는 가만히 서서 기다리건만 조급한 것은 나 뿐인듯하다.
온통 마음 밭들이다.
저리 쌓아두고 소원하였을 것을....
이미 부처의 마음에 마음 빌었을것을
내려오며 또 탑을 쌓았던가? 올라서며 탑을 쌓았던가
그 밭에는 온통 소원들이 가득하다
불이문!
그곳으로 들어간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나와 당신이 둘이 아니고
부처와 내가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고
그렇게 하나 되기 위해서 말이다.
그냥 놓아두어라,
애쓰지 말라,
애쓰려는 마음을 놓으면 그냥 얻어진다.
이미 얻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본래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얻을것"이 생기면 결코 얻을 수 없다.
"얻고자 하는 것"이 없을때 그 때 비로소 얻게 된다.
아니 그냥 '얻음'이란 말 자체가 끊어지고 지고한 평화만이 현현한다. - 금강경 마음공부 중에서-
그래 그저 가만히 놓아두면 평화가 깃들어 오는 것이다.
가만히 놓아두면....
그러한데 우리네는 어찌 가만히 놓아두지 못했을꼬?
이미 그 오래 전에 부처님은 저리 말씀하셨거늘..
우리는 왜 가만히 놓아두면 평화가 온다는것을 깨닫지 못한 중생으로 살아갈꼬?
저리 평화로이 웃으시니
모든것들이 다 그곳에 있으시다고 말씀하시고 계시거늘
그것을 몰랐으며, 왜 미소라고만 꼬집어 말하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것을
느끼지 못하고 얻으려고 애를 썼더란 말인가?
시고 수보리 제보살마하살 응여시생청정심 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是故 須菩提 諸菩薩摩訶薩 應如是生淸淨心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그러므로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청정한 마음을 낼지니,
마땅히 형상에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낼 것이며,
마땅히 소리와 냄새, 맛, 감촉, 대상에 머물지 말고 마음을 낼지니라,
마땅히 머무는 바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 - 금강경 마음공부 중에서 -
머무는바 없이 마음을 낼 지이니
그 형상에도 맛에도 냄새나 감촉에도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낼지이니
지금 저리 두 사랑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마음을 내는 저 마음에 머무름이 없으면
오래 오래 할지니이니
사랑하는 것도 그리워 하는 것도 다 마음으로 낼 것이니
눈 앞에 있는것에 마음을 낼 것인가?
형상이 보이는 것에 마음을 낼 것인가?
그 소리에 마음을 낼 것인가?
그 머무름에 마음을 낼 것인가?
떠나고 비우고 돌아보고 그리워하고 머무르고
그러한 것들이 없는 평화가 찾아 올 것 같다.
세월은 중생을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처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동안 부천의 그 청정한 마음을 알려주고 싶었던
당신은 이미 부처이지 않은가?
그 말하는 그 모습이 이미 당신은 부처라고 ....
그 숲속에
그 산 속에
그 바위 속에
아무것도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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